어떻게 세계적인 교과서 출판사 웹사이트에 직지를 알릴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처음 한국문화유산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해외 웹사이트에 수많은 직지 오류를 발견했을 때 큰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외교관도 아니고 학자도 아닌 대학생인 제가 이렇게 많은 직지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시정이 되지는 않더라도, 저의 작은 노력으로 잘못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용기를 가지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저보다 나이가 어린 청소년 반크 회원이 해외 유명 도서관, 웹사이트에서 직지 관련 오류를 바로잡는 것을 보고 대학생인 저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구글 사이트에서 직지와 금속활자에 대해서 검색하던 중, 세계적인 교과서 출판사인 돌링 킨더슬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청소년 서적 출판 사이트인 dkfindout.com에서 금속 활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발견하였습니다. 이 출판사 사이트에서는 세계최초의 금속 활자 인쇄본을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보다 78년 앞서 인쇄된 현존하는 세계최초의 금속 활자인 직지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전 세계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 수업시간에 방문하는 세계적인 교과서 웹사이트에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직지가 소개되지 않고 또한 세계 역사적으로 잘못된 내용이 실려있자 저는 이 출판사 측에 이메일로 아래와 같이 편지를 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의 반크 청년입니다. 최근에 저는 귀 출판사 웹사이트를 방문했고, 전 세계 각 나라 역사와 관련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귀 사이트의 정보 중에 몇 가지 잘못된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텐베르크 성서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라고 소개했지만, 한국의 직지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입니다. 직지는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 앞서 인쇄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귀 출판사 웹사이트에 한국의 금속 활자 직지를 반영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며칠 뒤 출판사에서 답장이 왔습니다.
“친애하는 류지은님. 우리 출판사에 편지를 보내주어서 감사합니다.
귀하가 제안한 것처럼 우리 출판사는 관련 내용을 확실히 수정할 것을 알려드립니다.”
담당자에게 답변이 온 뒤 며칠 후 직접 웹사이트에서 바뀐 내용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한국에서 1377년에 세계최초의 금속 활자 인쇄본이 등장했다.”
저는 하늘을 날아갈 것만큼 기쁨이 벅차올랐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1377년에 세계최초의 금속 활자 인쇄본이 등장했다는 내용을 사이트에서 본 순간 세계 속에 한국 역사를 바꾸는 주인공은 바로 직지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문화유산 홍보대사 활동을 통해 변화된 것이 있나요?
사실 제가 세계적인 교과서 출판사에 편지를 보내기에 앞서 이렇게 세계적인 교과서 웹사이트에 편지를 보내도 시정이 안 될 것이 분명한데 내가 편지를 보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며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로부터 시정까지는 안 된다 할지라도, 출판사 측에 잘못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용기를 가지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저는 반크 활동을 계기로 세계 역사를 바꾸는 주인공은 저와 같은 평범한 한국청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일은 저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반크 활동으로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더 큰 애착이 생겼습니다. 대학 생활 중에 반크의 다른 한국홍보대사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가할 것이며 앞으로 외교관이나 다국적 무역회사, 국제기구에 입사해서 대학 졸업 후에도 한국을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또한, 대학 전공인 노문학과 전공을 살려 러시아 및 세계에 한국의 문화유산을 알리고 싶습니다.
반크 청년, 세계적 교과서 출판사 ‘직지’ 오류 고쳤다.
ㆍ웹사이트에 최고 금속활자본 ‘구텐베르크’서 ‘직지’로
ㆍ고려대 류지은씨 “한국 문화유산 더 큰 애착 가질 것”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교과서 출판사인 영국의 ‘돌링 킨더슬리(DK)’ 웹사이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을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국내 대학생이 이를 발견,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자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는 유럽에서 최초로 인쇄된 금속활자 인쇄본”이라고 고쳤고,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은 1377년 한국의 ‘직지심체요절’(직지)”이라고 추가 기술했다.
‘직지’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시킨 이는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류지은씨(21·사진)다. 류씨는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와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함께 양성한 ‘한국 문화유산 홍보대사’ 6기 출신으로, 지난달 23일까지 활동하던 중에 이 같은 오류를 잡아냈다.
DK는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87개국에서 62개의 언어로 교과서를 발행하는 회사다. 류씨는 활동 기간에 구글 사이트에서 금속활자에 관해 검색하던 중 DK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본을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라고 소개한 구절을 발견, DK 사이트 담당자에게 시정을 요청하는 e메일을 보냈다. 담당자는 “오류 내용을 알려줘 감사하다. 오류를 시정하겠다”고 답변했고, 3일 만에 오류가 바로잡혔다.
류씨는 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잘못된 것은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용기를 갖고 편지를 보냈는데 3분 만에 답장이 왔고, 며칠 후 사이트에서 바뀐 내용을 보는 순간 하늘을 날 듯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외교 분야나 다국적 무역회사에서 활약하는 게 꿈이라는 류씨는 “앞으로도 한국 문화유산에 더 큰 애착을 갖고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직지는 1455년에 인쇄된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선 1377년에 인쇄된 것으로 고려 말엽 백운 화상이 부처와 달마대사 등 역대 조사들의 가르침 가운데 핵심을 가려 뽑아 편찬한 선불교의 교과서 격이다. 본래 상·하 두 권으로 구성됐으나 현재는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으며,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DK가 세계적인 교과서 출판사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전 세계 교과서에 ‘직지’ 관련 내용이 반영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도 전 세계 유명 교과서와 백과사전에서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찬란한 한국 문화유산이 많다”며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9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