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의 원래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입니다. 그 이름을 풀이하면 백운화상이 부처가 한 말 중 가장 중요한 것인 직지에 대한 뜻풀이를 고승들의 책에서 가져와 이를 편집했다는 의미입니다.

직지의 저자와 출판한 사람은 달랐습니다. 백운화상은 이 책을 집필한 저자였는데, 그는 1289년에 태어났으며 어린 나이에 승려가 되었습니다. 백운화상의 호는 백운이고, 법명은 경한입니다. 선종의 대가였고 1374년에 죽었습니다. 그가 죽은 후에 그의 제자인 석찬과 달잠이 1377년에 스승이 엮은 책을 금속활자로 인쇄하였습니다. 비구니 묘덕은 이들에게 공양하여 재정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직지의 내용은 불교의 가르침을 수집한 것입니다. 직지의 중심 주제는 직지심체로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는 선종의 불도를 깨닫는 명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참선을 통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 때, 그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직지는 직역하면 ‘정확하게 가르침’, ‘정직한 마음’, ‘바로 다스린다’ 등의 다른 뜻으로도 풀이됩니다. 백운화상의 제자들은 충청북도 청주시에 있던 흥덕사에서 이 책의 상·하권을 출판하였습니다. 현재까지 하권 한 권만 발견되었는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직지는 왜 프랑스에 있나요?

많은 한국인들은 직지가 1866년에 일어난 병인양요에 의해서 프랑스인들이 약탈해 간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조선은 1800년대 후반에 많은 서양 국가와 조약을 맺게 되는데, 프랑스와도 1886년에 ‘조불수호통상조약’을 맺게 됩니다.

이 조약을 체결한 이듬해에 초대 프랑스 공식 대표로 꼴랑 드 쁠랑시(Victor Collin de Plancy)가 우리나라에 부임하게 됩니다. 꼴랑드 쁠랑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에도 부임했던 인물로 골동품 수집을 좋아하였습니다. 그가 어떻게 직지를 수집하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모리스 꾸랑(Maurice Courant)이 1901년에 저술한 「조선서지」의 보유 판에 게재된 것으로 보아 1900년경에는 이미 수집된 것으로 보입니다.

직지는 1911년에 드루오 호텔에서 경매되었는데, 이때 앙리 베버(Henry Vever)라는 골동품 수집가가 직지를 정확히 180프랑에 구입하여 소장하였습니다. 앙리 베버의 유품들은 그의 유언에 따라서 1950년경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되는데, 이 중에는 직지도 들어있었습니다. 직지 반환 요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도 이처럼 직지가 프랑스에 갔기 때문입니다. 약탈문화재 반환도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수집되어서 간 직지의 반환은 더욱더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직지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서고에서 오랜 생활 묻혀 있었으나 이 도서관에서 1967년부터 일을 시작한 한국학 학자였던 박병선 박사가 직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박사는 원래 인쇄술 관련 지식이 없었으나 3년간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임을 밝혀내었습니다. 박사는 1972년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도서의 해’를 기념하여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주최하는 ‘책’ 전시회에 출품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직지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이 박람회 기간 많은 역사학자가 이 책을 검토하였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직지가 금속활자본인 증거

직지가 금속활자인 증거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목판인쇄본과 금속활자본은 글자 모양을 자세히 바라보면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목판인쇄본의 글자는 비교적 깨끗하게 인쇄되며 칼로 새긴 흔적이 보입니다. 반면에 금속활자본은 글씨가 깨끗하게 인쇄되지 않으며 글씨에 작은 조각 부분이 인쇄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직지의 글씨들은 금속활자본의 글씨와 똑같은 형태로 찍혀 있으므로 금속활자본이 확실합니다.

다른 이유도 있는데 첫 번째로, 직지의 발문이 이를 증명합니다. 직지의 마지막 장에는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발행했는지 정확하게 적고 있습니다. 이 글에 보면 ‘주자’라는 한자를 찾을 수 있는 이 말은 ‘금속활자’라는 뜻으로 직지가 금속활자로 발행되었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로, 상하가 바뀐 글자가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직지의 12페이지, 24페이지, 29페이지에는 일(日)자가 상하가 바뀌어서 나타나고 바뀐 형태 그대로 여러 페이지에 있다는 것은 같은 활자본으로 인쇄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