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클릭했던 메일 한 통, 저를 세상을 바꾸는 길로 안내했습니다.
바쁜 중학교 3학년 생활을 보내는 어느 날이었어요. 오랜만에 메일함을 보니 수많은 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수많은 메일 중 제가 클릭한 메일은 반크에서 주관하는 한국문화유산 홍보대사 모집 공고였습니다. 읽어보니 왠지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짐작도 못 한 채, 단순하게 우리 문화재를 알릴 수 있다는 것과 그 대상이 외국인이라는 것이 문화재와 외국어에는 흥미가 많지만, 숫기가 없는 저에게 한줄기 단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길로 바로 저는 반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문화유산 홍보대사 활동 비법에 대해 알려주세요!
저는 한국문화유산 홍보대사로서의 한 달이 재미있고 보람 있었지만 때로는 ‘나의 한계가 여기까지’인가 하며 자괴감에 빠지곤 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활동하면서 그런 순간이 한 번은 올 거라 생각하는데요,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하고 미비하지만 그래도 여러분보다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활동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게 도움을 주고자 활동 내용과 사례 그리고 유용한 팁을 간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먼저 한국 문화유산 홍보대사로서 가장 수행하기 어려운 해외 오류 시정 미션과 홍보 미션을 중심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오류 시정 미션은 웹사이트, 외신, 해외 서적 등에서 한국 역사, 문화유산에 대한 오류 정보 조사를 한 뒤 오류 시정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서 고쳐질 수 있도록 하는 미션입니다.
저는 미국 인쇄 역사 협회 ‘American Printing History Association’ 사이트의 인쇄 기술 타임라인에서 1377년이 아닌 1403년에 우리나라에서 금속 활자가 생산되었다는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서한을 작성할 때는 직지에 대해 꼼꼼하게 알아보았습니다. 제가 서한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직접 작성하지는 않았고 반크에서 제공하는 서한을 참고했지만, 오류 상황과 알맞게 문장을 바꿔서 저만의 메시지가 담긴 서한을 보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며칠 후에 좋은 정보를 공유해줘서 고맙다며 오류가 수정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다시 그 사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정말 1377년으로 수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정말 운이 좋은 경우였습니다. 이 사이트 외에도 3곳에서 직지나 한국 역사 관련 오류를 발견하고 서한을 보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3곳에서 제가 열심히 작성한 서한을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사이트를 보고 한국에 대해 잘못 알아갈까 생각하면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오류 시정에 성공한 사이트를 생각하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하면 조금씩 바뀔 거라고 저 자신을 위로했습니다. 여러분도 답장이 오지 않는다고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보내다 보면 적어도 한 곳에서는 여러분의 서한을 고맙게 여겨줄 거라고 믿습니다.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웹사이트나 서적뿐만 아니라 국립 도서관이나 국립 기록 보관소 같은 곳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서한을 보낼 때는 직지에 대해 좀 더 꼼꼼하게 공부한 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또 외국어에 자신이 없으신 분은 반크에서 제공하는 직지 영어 서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음 홍보 미션은 직지와 한국의 기록유산을 가족/친구/외국인 등에게 온/오프라인으로 소개하는 미션입니다. 3명 이상의 주위 사람에게 소개하는 주위 홍보, 해외 SNS 교류 친구나 펜팔친구들에게 유튜브/블로그 등의 매체로 홍보하는 온라인 홍보, 원어민 선생님/교환학생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오프라인 홍보 중 2개를 골라서 하시면 됩니다. 저는 제 주위 사람들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홍보와 온라인 홍보를 진행해보았습니다. 진행 과정은 크게 준비, 홍보, 피드백으로 나누어서, 준비 과정에서는 스터디 미션에서 시청한 영상을 바탕으로 인터넷에서 더 찾아본 내용과 합쳐서 자료와 발표내용을 구상했습니다. 홍보과정에서는 역사에 거부감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을 생각해서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중요한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피드백은 거창하지 않아도 되고 간단하게 어떤 인식의 변화가 있었는지 의견을 받으면 됩니다. 저는 반크 영상에서 본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의 기록유산을 연관 지어서 기록의 중요성과 직지를 주제로 정해서, 친구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두세 명씩 모아서 쉬는 시간을 이용해 총 7명에게 설명하고 간단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제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외국인인 저의 중국어 선생님 두 분께 카톡으로 직지와 구텐베르크 성서를 비교하면서 올바른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데 도움을 달라는 방식으로 알려드렸습니다. 여러분은 답장이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좀 더 많은 외국인에게, 좀 더 많은 매체에서 홍보하시면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한국문화유산 홍보대사에 도전하고자 하는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러분은 제가 한국문화유산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세계를 바꾸고자 하는 저의 꿈을 이룬 것 같나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느낀 것이 있습니다. 비록 제가 세계를 바꾸진 못했지만, 반크 활동을 하며 제 꿈에 대한 확신이 들었고 목표지점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냥 행복한 상황이 주어져서 얻는 행복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얻은 행복은 정말 다르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반크의 한국문화유산 홍보대사로 활동하지 않았다면 제 중학교 3학년 생활은 좀 더 자유롭고 여유로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난관에 부딪혀 보면서 얻은 성취감과 행복은 저에게 그 여유보다 소중합니다. 저와 여러분은 교집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우리 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그걸로 한국문화유산 홍보대사 활동의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반을 채워줄 미션 과제를 하다 보면 앞서 말했듯이 분명 활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때로는 힘들 것입니다. 그때마다 열정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초심, 어떤 마음가짐으로 반크 활동을 시작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꼭 세상을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매일 조금씩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작지만 위대한 여러분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중 3학생 미국 인쇄역사협회 홈페이지 오류 ‘직지’ 알려 수정
중학교 3학년생이 미국인쇄역사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의 오류 수정을 이끌어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이 ‘직지심체요절(직지)’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미국인쇄역사협회는 최근까지 홈페이지에 “1403년 한국에서 금속활자가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경’(1455년 인쇄)에 대한 설명은 있었지만 이보다 빠른 1377년 간행된 ‘직지’에 관한 소개는 빠져 있었다.
직지의 위상을 만방에 알린 이는 서울 서초구 서일중학교에 재학 중인 박세은양(16·사진)이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회원인 박양은 지난 7월 반크와 충북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선발한 ‘제8기 한국 문화유산 홍보대사’ 교육을 받고 한 달간 오류 시정 활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해당 홈페이지가 직지에 대한 내용을 잘못 소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양은 지난달 초 “잘못된 내용을 고쳐달라”는 e메일을 협회 측에 보냈고, 사흘 뒤 홈페이지 담당자는 “우리 사이트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정보를 알려줘 감사하다”고 회신했다.
박양의 요청대로 미국인쇄역사협회는 “1377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 인쇄됐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미국인쇄역사협회 사이트의 타임라인(https://printinghistory.org/timeline)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박양은 6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공부하는 데 시간을 많이 뺏겨 반크 활동을 잠시 중단하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한국 문화유산 홍보대사 활동은 우리 문화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해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모든 교과서와 웹사이트에 나온 직지 관련 오류를 바로잡지는 못했지만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며 “활동 영역을 넓혀 한국의 문화유산을 알려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1974년 설립된 미국인쇄역사협회는 인쇄·삽화·출판·제본·제지·공예·활자 등을 연구하면서 학술저널까지 출간하는 단체다. 인쇄와 관련한 콘퍼런스와 강좌를 진행하는 한편 인쇄 분야에 업적을 남긴 개인에게 상을 주기도 한다.
앞서 반크 회원이면서 고려대 노어노문학과에 재학 중인 류지은씨(22·여)가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교과서 출판사인 영국의 ‘돌링 킨더슬리’(DK) 웹사이트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을 42행 성경이라고 소개한 오류를 발견해 이를 고친 바 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박양과 류씨의 공로로 세계 주요 교과서와 백과사전, 박물관, 도서관에 직지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발판이 생겼다”고 말했다.
2016년 9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