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기로 직지를 알리는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저는 경희대학교 국제학과에 재학 중인 정유정입니다. 저는 대학생 때 한국 문화유산 홍보대사 활동을 알게 되어 전 세계 역사 사이트에 직지 오류 시정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직지와 금속 활자를 비롯한 인쇄물과 인쇄문화 정보를 제공하는 세계 각국의 103개 사이트를 조사해 직지에 대한 오류를 찾아 바로잡고, 직지에 대한 설명이 빠진 곳은 사이트 담당자에게 직지를 홍보하는 등 ‘온·오프라인 직지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를 전개했습니다.
또한, 저는 직지 관련 오류를 찾는 활동뿐만 아니라 박물관, 도서관 혹은 우리나라 국가기록원과 같은 국가별 기록 보관소들에 직지를 등재하는 친선 서한을 보내는 데 보다 큰 노력을 했습니다.
해외 역사 사이트에 직지를 등재시키는 큰 성과를 이루었는데 그 비결이 있나요?
저는 해외 역사 기관에서 다른 어떤 기관보다 직지에 대해 호기심이 많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 전 세계 역사 사이트를 중점적으로 조사해서 직지 관련 오류 시정 활동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의 The Morgan Library&Museum, Historyinformation.com, 핀란드의 GB times에서 한국 문화유산 관련 오류 시정을 이끌어냈습니다. 또한, 국외 박물관, 도서관 등 인쇄 관련 기관 대상 친선 서한 발송을 통해 영국의 National Archives of UK, 호주의 National Library of Australia, 웨일즈의 National Library of Wales, 스페인의 National Library of Spain 등에서 반크의 직지 홍보물 자료를 비치 혹은 활용할 것에 대한 호의적 답변을 받았습니다.
성과를 내는 건 어려운 일인데, 직지는 동해와 독도보다 오류 시정이 더 힘드시지 않으셨나요?
굉장히 어려웠어요. 독도나 동해의 경우 오류 키워드를 알고, 지도를 보다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이에요. 하지만 직지의 경우 오류 스캐닝 작업에서 카테고리 분류부터가 매우 애매한 예들이 많았어요. 또한, 직지 오류를 찾아 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세계최초 금속활자인쇄본인 직지의 우수성과 중요성에 대해 전 세계에 홍보해야 했어요. 외국인들이 제가 보낸 서한을 보고 공감을 할 방법을 연구하는 게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일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외국의 기관들이 직지의 가치를 무시하는 경우에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만드는 것이 힘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외국의 한 기관에서는 직지가 세계최초의 금속활자인쇄본인 것은 알지만, 세계최초일 뿐 구텐베르크만큼 영향력이 없다고 했어요. 그리고 덧붙여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강대국이었다면, 직지가 잘 알려졌을 것이다.” 하는 식의 한국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겨있어서 좀 충격을 받기는 했어요. 혹은 내용은 감사하나, 직지에 관하여 우리가 알릴 필요는 없다는 식이 많았어요. 서한을 보낸 103개 기관 중 긍정적인 답변이 온 기관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비록 소수의 기관이라 할지라도 저를 통해 직지의 가치와 의의를 제대로 알게 되고, 사이트에 직지가 등재되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외국 역사 사이트에 직지가 등재되어 점점 더 많은 세계인들이 직지의 가치를 알게 될 거라 생각하니 기쁩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직지 홍보 활동이 있다면?
유네스코는 직지상(UNESCO/Jikji Memory of the World Prize)이라고 세계기록유산인 직지를 기념하기 위해, 기록유산의 보전에 이바지한 사람이나 단체에 2년에 한 번씩 수여되는 상이 있어요. 하지만 이런 상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요. 심지어 한국인들 조차도요. 직지상을 퓰리처상이나 노벨상처럼, 다각도에서 직지를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각국 인쇄정보 사이트에 금속활자본 ‘직지‘ 정보 추가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약칭 직지)에 대해 상기시켜 준 점 감사드립니다. 귀하(반크)의 이메일을 읽고서 직지와 관련한 데이터베이스를 향상시켰습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에는 새해부터 희망의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정보의 역사를 정리한 사이트 ‘동굴벽화에서 인터넷까지'(www.historyofinformation.com)의 관리 담당자. 그는 반크 한국문화유산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정유정이 현존 세계 최고(最高) 금속활자인쇄본인 직지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지난해 보낸 이메일을 받고, 그동안 사이트에 빠졌던 직지에 관한 정보를 추가한 뒤 답장을 보낸 것이다.
이 사이트는 반크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독일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과 중국 비셩(畢昇)의 활자인쇄술 발명만을 소개했다.
10일 현재 이 사이트에는 “1377년 간행된 직지는 고려 승려 경한(景閑)이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 데 필요한 내용을 뽑아 엮은 책으로, 청주목의 교외에 있었던 흥덕사(興德寺)에서 금속활자인 주자로 찍어냈다”고 기술됐다. 현재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의 사진도 게재돼 있다.
반크는 지난해 직지와 금속활자를 비롯한 인쇄물과 인쇄문화 정보를 제공하는 세계 각국의 103개 사이트를 전수 조사해 직지에 대한 오류를 찾아 바로잡고, 직지에 대한 설명이 빠진 곳은 사이트 담당자에게 직지를 홍보하는 등 ‘온·오프라인 직지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핀란드의 ‘GB times’라는 사이트도 “반크가 직지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면 해당 게시판에 업데이트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이밖에도 5개의 사이트가 반크에 이메일로 긍정적인 내용의 회신을 보내면서 ‘직지가 확실히 1377년에 인쇄됐는지’, ‘대량으로 남아 있는지’ 등에 대해 물어오기도 했다.
한 사이트는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해 직지에 관한 내용을 반영할 수 없다”고 분명한 거절의 뜻을 전달했다.
이에 반크는 이달 안에 직지의 세계사적 가치를 담은 추가 서한을 2차 발송할 예정이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서양만 놓고 본다면 1455년에 인쇄된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가 최초의 금속활자인쇄본이기에 세계 최초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우리의 직지는 42행 성서보다 무려 78년이나 앞서 금속활자술로 인쇄된 현존 세계 최고라는 점을 알리고자 최근 제작한 직지 홍보 영상 ‘직지와 마틴 루서 킹’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동영상은 대부분 사람은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로 노벨상을 탄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떠올리지만, 그의 행동을 있게 한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는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스토리를 전개한다.
파크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비록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가 킹 목사의 흑인 인권운동을 있게 한 도화선이 됐듯이, 금속활자 인쇄술에 대해 구텐베르크와 42행 성서를 대부분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고 기억하지만 금속활자의 시작에는 바로 직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2014년 1월 10일